1. 기형종 발견 및 추적관찰
10년도 더 지난 일이다. 둘째와 함께 우리 집에 찾아온 놈이 있었다. 바로 난소 기형종! 둘째 임신 사실을 알고 산부인과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의사분께서 배우자 좌측 난소 쪽에 혹이 있다고 하셨다. 위험해 보이지는 않으나 혹시 암일지도 모르니 큰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아 보라고 하셨다. 서울대병원의 유명한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으로 진료 예약을 했다. 진료일을 기다리는 동안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건강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던 젊은 나이어서 더욱 그랬던 거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너무 나간 생각이지만 아기를 포기하더라도 와이프를 선택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으니 말이다.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마친 후 교수님께서는 자신의 오랜 경험으로 이 혹은 난소 기형종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안심하라고 하시면서 태아가 있어 지금은 수술을 하기 힘들고 출산 후 추적 관찰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참고로 난소나 자궁의 경우 해당 낭종의 양성 악성 판단을 위한 조직검사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난소나 자궁은 배 안쪽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어 일반적인 조직 검사를 할 경우 악성일 수도 있는 낭종을 찌르게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소 기형종의 경우는 우선 낭종을 떼어낸 후 양성인지 악성인지를 판단하게 되어 수술 후 정확한 병면을 알 수 있다.
2. 재검
10여 년이 훌쩍 지났다. 어느 날 배우자가 아랫배가 아프고 생리를 안 한다고 했다. 폐경할 나이는 아닌지라 병원을 가보라고 했다. 동네 병원에서 초음파검사를 했는데 좌측 난소에 4cm 정도의 혹이 있다고 큰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 보라고 했다. 인근에서 산부인과로 유명한 병원을 방문하였다. 상담 의사 선생님께서 난소 기형종 같다고 하시면서 크기가 아직 작으나 기형종은 자연적으로 없어지지 않고 갑자기 커져 터지거나 스스로 꼬이면서 난소의 혈액순환을 방해해서 난소를 괴사 하게 만들 수 있다고 알려주셨다. 수술여부는 환자가 결정하면 된다고 하셨다. 10여 년 전에 우리 집에 둘째와 함께 왔으나 잊고 지냈던 놈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3. 수술결정 및 입원 준비물
10년 전에도 자문을 구했던 산부인과 의사친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때는 병에 대해서 자문을 구했는데 이번에는 어디서 수술을 해야 하는지 묻기 위해서였다. 친구도 기형종은 자연적으로 없어지지 않으니 수술하는 게 좋고 맹장처럼 흔하고 간단한 수술이라고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동네 큰 병원에서 수술하면 된다고 했다. 10년간 같이 살았으면 오래 살았다. 이 기회에 그냥 수술하자!
[입원준비물]
- 환자: 세면도구, 수건, 가글, 슬리퍼, 립밤, 수분크림, 물병과 종이컵, 구부러지는 빨대, 작은 가습기, 고탄력 스타킹(혈전 예방), 수면양말, 이어폰, 수면용 이어플러그 및 안대
- 보호자: 세면도구 및 로션, 수건, 이불, 베개, 편한 옷, 슬리퍼, 이어폰, 수면용 이어플러그 및 안대, 책이나 기타 시간 소비용 콘텐츠
4. 복강경 vs 단일복강경
별다른 검색 없이 상담받았던 의사 선생님한테 수술받기로 핬였다. 수술 전날 12시부터 금식하였으며 수술 당일날 오전 9시에 입원하였다. 이후 오후 1시경 수술실에 들어가 2시 조금 넘어서 수술실을 나왔다. 링거에 무통주사가 같이 있었는데도 마취가 깬 후 1시간 정도는 통증이 심해 보였다. 수술 직후 전신마취에서 환자가 깨어나면 잠들면 안 되고 호흡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했다. 배우자는 전신 마취로 인해 계속 다시 자려고 했다. 이에 말을 걸면서 다시 잠들지 않게 했다.
몸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빠른 회복을 위해 많이 걸어야 하며 많이 움직여야 배에서 가스도 빨리 나오다고 한다. 보통 수술 후 24시간 내 가스가 나오고 배에 가스가 나온 후부터 식사가 가능한데 와이프는 2일 동안이나 가스가 나오지 않아 링거와 영양제로 버텼다.
수술에 대해 별다른 정보 검색이나 걱정 없이 수술 당일날 병원에 갔었는데, 병원 내에 단일복강경 포스터를 보고 단일복강경수술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받는 수술도 당연히 단일복강경수술이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수술 후 보니 배우자 수술은 일반복강경수술이었다. 단일복강경은 배꼽 주변에 하나의 포트(구멍)로 수술을 하는 것으로 미용효과가 뛰어나지만 수술의 난이도가 높고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라고 한다. 아쉬운 점은 수술 전 의사 선생님이 우리가 받는 수술이 단일복강경인지 일반복강경인지 알려주고 환자한테 선택권을 주었으며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5. 퇴원 및 비용
입원기간은 3박 4일이었다. 목요일 오전 9시 입원하여 일요일 오전 9시 퇴원하였다. 배에 통증은 남아 있었지만 조심스럽게 일상생활은 가능하였다. 입원은 3인실을 이용하였는데 총비용은 3백만 원 정도이며 이중 본인부담금은 80만 원 수준이다. 외래까지 다 합쳐서 든 총 본인부담 비용은 약 110만 원정도이다.
6. 회복 및 실밥제거
퇴원 후 회복은 빨랐다. 일반적인 일상생활은 다 가능했다. 실밥 제거를 위해 2주 후 병원을 한번 방문하였으며 별다른 후유증은 없었다. 난소기형종은 외부적 환경에 의해 발생하는 병은 아니고 선천적으로 타고난 질환으로 주로 20~30대 가임기 여성분들에게 흔히 발생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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