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등기는 공시력은 있으나 공신력은 없다?
우리 집 살 때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보고 매수했는데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애석하게도 부동산 등기부등본은 법적으로 공시(公示)의 원칙은 적용되나 공신력(公信力)은 인정되지 않고 등기의 추정력(推定力)만 인정해 주고 있다.
공시는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그 공시이다. 일정한 내용을 공개적으로 개시하여 일반에게 널리 알린다는 의미이지만, 외형적 사실을 믿고 거래한 사람을 보호하는 공적인 신용의 힘인 공신력과는 다르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공신력이 없다는 것이 과연 실생활에서 어떤 문제점을 야기하는지 실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A와 B는 부부이고 이들 사이에 자녀가 없다. A는 사망하였고 배우자 B는 A명의의 아파트를 상속받았다. B는 상속을 근거로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를 등기소에 신청하였고 서류상 하자가 없기에 부동산이전등기는 경료되었다. 이후 B가 상속받은 아파트를 제삼자인 C에게 매도하였고 이 매매계약을 근거로 부동산 소유권이 B에서 C로 변경되었다. 시간이 흘러 A의 사망 원인이 B에 의한 니코틴 원액 주입인 것이 밝혀졌고 대법원에서 남편살해 혐의로 B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후 A의 차순위 상속자 조카 D는 C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청구 소송을 신청하였다.
이경우 C는 D에게 부동산을 넘겨줘야 할까?
위 케이스의 경우 B는 상속결격자가 되어 상속 자체가 원천 무효가 된다. 따라서 상속등기는 무효가 되고, 무효의 등기를 근거로 한 매매등기도 무효가 된다. 따라서 부동산의 소유는 A에게로 돌아가고 A의 상속인 중 B(상속 결격자) 다음 차순위 상속자인 D(조카)가 상속을 이유로 소유권이 이전받게 된다. 비록 C가 선의취득을 하였더라도 이는 법적으로 보호되지 않는다. 등기소 등기관도 부동산 매매거래에 관련된 서류의 외형상 하자가 없으면 사건접수 후 등기를 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때 등기관이 이 거래가 선의(善意) 거래인지 악의(惡意) 거래인지 까지 확인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도 존재한다.
우리나라 민법은 등기의 공신력은 인정하지 않고 등기의 추정력만 인정해 주고 있다. 즉 형식상의 권리자보다는 진정한 권리자를 보호하는 입법례를 취하기 때문이다. 등기 경료 후에 진정한 권리자가 나타나도 등기를 믿고 거래에 나선 선의의 제삼자를 보호하는 공신력보다는, 등기에 기재된 내용이 일단 적법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해 주되, 이를 부인하는 쪽에서 증거를 통해 증명하면 번복되는 추정력을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이런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로는 우리나라에서는 '소유권용 부동산 권리보험'이 전부이다.
참고로 법률상 선의(善意)란 착한 의도 또는 좋은 의도의 도덕적 잣대가 아니라 일정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즉 외관을 신뢰하고 그 이면의 내용을 알지 못한 상태로 행위를 한 경우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장물(贓物)은 구입하면 안 되지만 이 물건이 장물인지 모르고 구매를 하였다면 선위취득이 된다. 그리고 이는 법적보호를 받는다. 반대로 장물인지 알았지만 저렴한 가격이라고 구매를 하면 악의취득이 되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단 부동산의 경우 위의 예에서 보듯이 선의취득이 인정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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